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
정신과 진료에서 치료과정을 방해하는 환자의 반응들을 '저항'이라고 부릅니다. 흥미있는
것은 이런 저항이 나타날 때, 그 밑에는 의미있는 내용이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신분석적 치료의 길잡이로서 저항의 해석과 소멸은 치료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되는 것
입니다.
이러한 저항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억압저항(repression resistance)'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경우입니다.
처음 치료자를 만나러 온 환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치료자를 트집잡고, 비난하고,
미워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욕구나 환상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려는
마음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두번째는 '이차적 이득 저항(secondary gain resistance)'입니다.
한가지 증상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다른 증상이 생겨다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는 것보다 아프게 지내는 경우에 현실적인
책임이나 불안으로부터 더 자유로울 것이라는 부적절한 생각이 지배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는 '초자아 저항(superego resistance')입니다.
초자아라는 개념은 부모로 대표되는 사회적 규범이나 사고방식이 자신의 인격내부에
내재화된 것을 말합니다. 초자아가 얼마만큼 건강한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너무나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던 사람이 막상 인생의 결정적인
기회에 직면해서나, 중요한 시험을 치룰 때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태도로 날려버리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초자아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전이 저항(transference resistance)'입니다.
이것은 좀더 복잡한 저항이지만,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자가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거나 큰 작용을 했던 사람과의
사이에 있었던 감정이 치료자에게 옮겨져서(이것을 전이라고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면담시간동안 계속 무기력함과 비관적인 이야기만 하던 환자가
항상 면담 끝내기 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치료자를 안심시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그 모습은, 항상 우울하고, 알코올 의존에
시달렸던 엄마를 외면했던 자신처럼, 치료자가 자기를 외면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이러한 저항의 원인들은 무엇일까요?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무의식적인 소원과 욕구의 충족을
계속 맛보고 싶어서이며, 세번째는 무의식속의 갈등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저항한다고 합니다.
낫고 싶어서 병원에 찾아왔지만, 정작 나을 수 없는 이유와 행동들에만 더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왜 나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치료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치료자를 비난하거나, 몰인정한 사람으로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모순들이 위에서 언급한 저항의 모습들입니다.
보여지는 자아는 '낫고 싶어요, 낫게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무의식적 자아는
'낫고 싶지 않아요, 내가 아픈게 당연하다는걸 인정해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치료를 한다는 것은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위의 원인들을, 도움을 통해 마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입니다. 정신과적인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증상 감소에만
있지 않습니다. 특히 정신분석적 치료의 목표는 독립적이고 성숙한 인격으로 가기위한
것인 만큼, 그 여정은 다양한 시험과 변화들로 가득차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시험과 변화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경험해 나갈 수 있을 때가 치료의 종결시점
이며,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이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항상 완벽한
시간만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치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완벽한 모습으로 존재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한 의미와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합니다. 더욱이 그 과정을 통해 자신 삶의 성장에 변화와 발전을 일구게
된다면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신경정신과 미강(美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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