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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29 15:18
2초 동안의 소통.
 글쓴이 : 미강
조회 : 4,888  


  최근 고교생들의 자살 소식이 자주 매스컴에 나오고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특별한 가정내의 불화나 친구간의 갈등이 없었

 던 한 우등생의 자살은,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금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들이 지면을 장식하게되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분석 그리고 대처법들에

 대한 정보가 뒤따르게 됩니다. 관심과 대화, 분노를 조절하고 해소하는 법, 부모의 이해와

 교육에 대한 내용들이 그 중심을 이룹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 내용들에 공감을 하면서도 매번 같은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이야기고 다 맞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지?'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그 이유는 그 좋은 '내용'들은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얻어진 통합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가족들이

 그 '내용'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매번 학교가기를 싫어하고,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중학생이 가족과 함께 진료실

 을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스스로가 자식과 적극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매일 관심을

 갖고 아이의 일상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

 하였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런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아이에게 허탈감마져 느낀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실제로 아이의 엄마도 그런 아빠의 모습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아이와 남편의 사이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면담 중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에 두고 외면하는 모습이었고, 간간히

 나오는 탄식같은 숨소리만 낼 뿐이었습니다. 


  일정 간격을 두고 몇 차례의 면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아이와 아버지 사이의 대화에

 한 패턴이 두드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아이는 어쩌다

 큰 마음을 먹은 듯 자신이 여기는 답답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아주 진지한 태도로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였으며 대부분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였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말이 맞고 이해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아이의 말을 다 수용한다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하지만, 그건 아니야'

 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그 모습에 대해 일러주자, 아이는

 아빠와 이야기를 하면 항상 스펀지를 대하는 것 같았다, 쉽게 지친다라고 털어놓았고,

 아이 엄마도 뭔지 몰랐지만 자신도 그런 느낌 때문에 힘든 때가 많았다고 호소하였습니

 다.


  위의 사례에서 아버지의 접근 방식을 한가지 이해했다고, 아이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외의 요인들이 더 중요한 원인들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

 의 예처럼 '관심과 배려, 대화'의 중요성도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

 은 이유는 '개념'에 충실하였지만 자신과 가족에게 맞는 '방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입

 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획득하는 일이 더 어렵고 막연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하니까요.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

 런 방식을 일일이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관계가 서로의 작용으로 맞물려 돌아

 간다는 점이고, 이 점을 무의식으로 신뢰하고 수용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보다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엔 미루지 말고 '방식'을 찾아

 봐야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 삶의 목표나 가치, 역할에 대한 개념들이 불안정한 청소년

 들을 완전하게 도울 수 있는 '방식'이란 아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요? 


  '2초 동안의 소통'

 정돈되지 않은 원형의 에너지가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최소한의 개입과 관심이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일단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욕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생각에 따라주기를 바라는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붙잡고 하루 종일 대화를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작 아이에게는

 단 '2초 동안의 소통'만 느껴져도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짧은 2초 동안으로도 아이는 바늘 끝에 서있는 통증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벼랑 끝에

 내몰린 느낌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고민과 문제를 다 해결해주려고 덤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도 아이들은 공부, 입시, 교우관계, 가족관계의 갈등 속

 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이것은 피할 수도 없지만, 피해

 서도 안되는 삶의 과정 같은 것입니다.


  '2초 동안의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라는 질문이 떠오르시지는 않는지요.

 그렇다면 위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십시오. 그리고 무엇이

 눈 앞에 떠오르는지 찬찬히 바라보십시오. 아마 당신께서도 그 '2초 동안의 소통'

 경험하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누구에게든

 부끄러워마시고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신경정신과  미강(美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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