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다 느껴질 때는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외로움을 이겨내며 살아갑니다.
등산을 다니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음악을 듣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을 찾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술에 탐닉하기도 하고, 도박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 방법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단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더 아프게 만드는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내 집에 불이 났을 때 그 불을 끄기위해서 뭐든 뿌리고자 하는 마음에
물을 사용하든 기름을 사용하든 본심은 불을 끄고자 하는 마음인 것입니다. 하지만 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집을 더 태우고 마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들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내 분노와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셔서 오히려 음주로 인한 낭패를 보는 경우, 홧김에
화풀이를 했다가 오히려 봉변을 당하는 경우들이지요. 심지어는 그러한 방법들로 인해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까지 화를 입게 된다면 그 책임은 비할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이렇듯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들도 쉽게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법을 찾아
야 하는 것입니다.
법정스님의 법문집을 읽다가 작년 가을 법문중에서 와닿는 내용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 저는 장혼의 '맑은 복 여덟 가지'를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았
습니다. 제가 산중에서 혼자 지내면서도 기죽지 않고 나날이 새로울 수 있는 것 또한 무엇
인가 내 뒤에서 나 자신을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한번 돌아보니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스승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이 있습니다.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둘째, 입이 출출하거나 무료해지려고 할 때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가 있습니다. '내가 산
중에 살면서 차 맛을 모른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이런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됩니다. 단
지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그 차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물을 관조하는 여
유를 갖게 됩니다. 삶의 맑은 여백 같은 것입니다.
셋째,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신경질을 부리고 딱딱하게 굳어지기 쉽습니다. 제
가 굳어지려고 할 때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이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서 건전지를 사용하는 조그마한 소리통에서 음악을 듣곤 합니다.
넷째, 제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이 있습니다.
책과 차와 음악과 채소밭이 제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 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여
겨졌습니다. 여러분들도 한가한 시간에 자신의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 주고 있는 맑은 복
이 몇가지나 되는지 한 번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법문의 말미에는 이런 당부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을 겪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혼자서는 일방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그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생각
이 맴돌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만약 자살하기 전에 좋은 친구나 좋은 스승이 있어 자기 짐을 부려 놓을 수 있었다면, 누
구도 그렇게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
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
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장마가 끝나고 나면 한층 기승을 부리겠지요.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외로움을 이겨낼 건강한 방법들이 가까이 있지 않을까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도, 미강의 식구들도 일기일회의 마음을 깊이 새겨봄직 합니다.
더운 여름날 건강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신경정신과 미강(美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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