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

우리 시대의 싸이코패스(psychopath) 세번째…

   여러 가지 전문적 접근에 의해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이 뚜렷해지면 크게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증상양상을 보이게 되며, 청년기에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반사회적 행동증상과 더불어, 알코올중독 및 의존이나 다른 약물남용이 동반되기도 하고, 여러 신체 통증을 호소하는 신체형 장애와 우울장애가 자주 동반됩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치료를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의견이 공존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치료불능이라고 결론짓고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더 많은 관용성과 시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치료에서, 치료의 개념을 다르게 잡아야 합니다. 다른 인격장애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중심 성향이 바뀐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스스로가 겪는 정서적, 인지적 어려움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 타인(세상)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작업 역시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 나아가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충분히 가치있는 작업입니다.

    우선적으로 치료의 목표와 한계에 대해서 분명히 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람들은 치료의 동기가 없거나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치료를 생각하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때로는 강제적으로 치료환경에 놓여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범법을 저지르고 나서 치료명령을 받는 경우거나 물리적으로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치료에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의 치료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도움을 주고 받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동기가 필수적이며, 우울이나 기타 신경증적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에 보다 나은 치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일차적인 치료는 정신치료이며, 당사자가 갖고 있는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건강하고 선한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습관적 욕망을 제거하는 쪽으로 치료의 방향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자-환자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치료자 역시 욕심을 부리거나 한계를 벗어나는 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개인이 호소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들에 대해 필요한 약물처방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약물만 가지고 해결하려고 들어서는 안됩니다. 사용하는 약의 효과에 대해 미리 기준점을 설정하고, 불필요하게 높은 용량의 약이 처방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경우에서 높은 수준의 복합처방이 이루어지게 되고, 고용량의 투약이 이루어지기 쉽고,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격장애 자체는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란 원인을 찾아내어 없애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드러날 즈음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개인의학적인 점에서는 위와 같은 접근법이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의 정신적 성숙을 이끄는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비단 사이코패스 뿐 만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과 갈등, 이기심 등을 극복하는 원초적인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성세대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라고 있는 다음 세대들에게는 철학적 소양을 길러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들의 가슴을 놀라게 하는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문득 옛 고전들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신경정신과  미강(美康)  

****  자신이 부당하게 상처받았다고 여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주의와 공격성이 향하는 방향을 실망스러운 ‘대상’으로부터 잘못 지각된 주체로 능숙하게 바꾼다는 데 불교적 접근방식의 힘이 있다.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을 실망시키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공격성이 간신히 위장된 형태일 뿐이다. 이는 실제로는 자신의 증오나 욕구 때문에 관계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감춰진 것이다…….. 따라서 내가 분노와 함께 가졌던 자기라는 느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화가 표현되는 영역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화가 나는 것을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관계에 대한 위협으로서가 아니라 실망을 느낀 데 대한 불가피하고 잠깐 지나가는 반응으로서 더욱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화가 날 때 같이 일어나는 ‘나’라는 느낌에 초점을 맞추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분노보다 더 마음이 끌리게 될 때, 분노와 같은 정서는 훈습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 주의의 방향전환은… 자기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개발되는 것이다. 정서를 가지는 자에 도전함으로써 우리는 자기 관계적 관점으로부터 더 개방적인 태도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한 느낌의 직접적인 실상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들을 보고 웃기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 붓다의 심리학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