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
우리 시대의 싸이코패스(psychopath)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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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를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사이코패시, psychopathy)이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범죄자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본의 범죄심리학자 니시무라 박사는 사이코패스를 일컬어 ‘정장차림의 뱀’이라고 말했고, 같은 의미에서 《진단명 사이코패스(원제: Without conscience the disturbing world of the psychopaths among us)》의 저자인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에게서 찾았다. 사이코패스를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본 것이다.
성격장애의 일종인 사이코패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시는 인성과 사회적 환경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전인격적인 병리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시의 발현 양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죄질이나 피해 정도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가령 연쇄살인범, 상습 성폭행범 등에게서 사이코패시의 극단적인 특성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변호사∙의사∙대기업 간부 등 사회 상류층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나 여성∙청소년∙어린이에게서도 사이코패시가 나타난다. | |
위의 내용은 검색엔진에서 ‘psychopath’ 라는 용어를 찾았을 때 보여주는 용어사전 내용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람들은 어떤 고통을 갖고 있으며, 왜 그런 장애를 갖게 되었을까요?
가장 영향이 있다고 보는 원인들에는 가계 양상입니다. 즉, 유전적 요인과 가정을 포함한 환경적 요인이 위험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강조했듯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이야기하고 진단하는 것은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다른 질환들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들과 감별해야 하는 것이 선행되고, 이해 가능한 또는 방어적인 사회적 증상들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개인들의 성향을 보면 냉소적이고 자신을 특정 분야나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믿고 행동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스스로가 매우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논쟁하고, 그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거나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기도 하며, 과장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포함이 됩니다.
경제적 무능력이 자주 동반되며, 자신의 과장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낭비를 하거나, 자신의 역할 즉, 부모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등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입니다. 일반인에 비해 자살, 사고, 타살 등의 이유로 일찍 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쉽게 긴장감, 우울감, 불안감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신경증적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렇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개인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요? 유전적인 영향은 그렇다 하더라도 환경적인 요인들은 교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이야기 하면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품행장애’입니다. 10세 이전에 주변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학대, 도둑질이나 재산의 파괴, 심각한 규칙위반 등을 보이는 경우가 성인기의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는 극도로 심한 ADHD의 경우에도 높은 위험률을 보입니다.
연관된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를 받아왔거나, 버려진 경험이 있을 때, 부모의 양육 방법이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울 때, 일관성 없는 가정교육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만일 15세 이전에 품행장애의 증상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정신의학에서는 성인에게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즉 다른 원인에 의한 반사회적 행동증상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개인들은 성장과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며, 부모 요인과 같은 외부로부터 가해진 학대나 고통에 대한 분노가 공존합니다. 다른 사람과 원만히 타협하거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습득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파괴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강박에 시달립니다. 결과적으로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들이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치는 극단적인 양상을 띄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목적이 상실된 체, 반사회적 행동만이 남아서 반복되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어른 말도 잘 듣고, 애교를 부리며, 성장하면서 주위에서 뭘 원하는지를 살펴서 행함으로써 관심을 받고, 자신을 확인합니다. 반면에 어떤 아이는 큰소리로 울고, 떼를 쓰기도 하며, 온통 방안을 어지럽히고,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주변과 다투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라 생각되지만 존재감을 확인한다는 목적은 엄연히 같습니다.
위의 상반된 어린 아이의 모습은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만, 방법은 너무나 다릅니다. 또한 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개인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어디를 가나 환영 받기가 힘듭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더욱 방어적인 모습을 취하게 되고, 그 방어적인 모습은 곧 타인에 대한 공격성인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신경정신과 미강(美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