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
삶은 고해(苦海)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다(석가는 사해(四海) 가운데서 삶을 가장 큰 고해(苦海)라고 했다) .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M. S Peck
‘삶이 가장 큰 고해다’ 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쉽게 흘러가는 일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항상 세상이 자신에게만 고통을 주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분노감이 뒤따르고 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신경증이 나타나게 되고, 삶이 고통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 언급한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길은 없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신과 의사인 M. S Peck은 자신의 글에서 이렇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고통스런 삶의 문제를 계속 안고 살아가야만 할까? 아니면 이 문제들을 극복할 것인가? 과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딸에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현명한 사람은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문제가 주는 고통까지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현명하지도, 강하지도 않습니다. 항상 두려워하고, 피해서 도망가는 일이 다반사이며, 심지어는 약을 먹고 자신의 지성과 감성을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증’이 심해지고, 결국에는 ‘고통’보다 그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문제’와 ‘고통’, 그리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살아가면서 습득하게 됩니다. 신체적, 인지적 성장 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이 그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성장은 다시 새로운 기술을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긍정의 선순환(善循環)이라고 부릅니다. 이 순환에 일단 들어서게 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으로만 남아있지 않습니다. 단지 배움과 성장을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 됩니다.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해결하느냐, 고통을 덜어 낼 수 있느냐, 자신의 욕구를 잘 충족시킬 수 있느냐와 같은 타협과 선택이 남을 뿐입니다.
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 그래도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이를 감내하는 의지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경정신과 미강(美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