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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15 12:57
자녀를 위한 철학탐구 I
 글쓴이 : 미강
조회 : 3,542  




철학은 세계를 해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의 결과물입니다. 무언가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한데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 ‘고정’과 ‘변화’이며, 시대가 흐름에 따라 두 기준점들은 서로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철학들을 만들어 내왔습니다.
 
 엘레아 학파의 창시자라고 하는 파르메니데스의 ‘영원한 존재’개념이 전자의 대표라면, 헤라클레이토스의 ‘본질 자체로서의 변화’개념이 후자에 해당하는데, 이를 기준점으로 삼다보면 규칙과 질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세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철학과, 저절로 주어진 질서조차 해체시켜 연속선상 위에서 세계를 설명하려고 하는 철학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의 궁극적인 결론은 무엇일까요?

 소크라테스의 언급으로써 미리 결론을 정하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결론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참명제에 도달하기 위해 그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외면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물질문명에 이미 눌려져있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은 아직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지만, 떠 안기듯 밀려온 문명의 파도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보편적 원리’에 대한 믿음입니다. 자신이 종교나 신앙을 갖고 있는 것과, '보편적 원리'에 대한 믿음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철학자들은 이 ‘보편적 원리’가 우주와 자연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지혜나 순수이성, 도(道) 등의 다양한 뜻을 함축하는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실천적 지식들을 발전시키며 실생활에서 향유하는 많은 물질문명을 생산해왔고, 지금의 현실이 그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초는 자신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무의식적 내면을 제공하게 되는데, 인간의 외적 성장에 맞추어서 이런 내면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갈등과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례로, 진료실에 부모와 함께 오는 청소년들의 많은 수가 호소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몰입 문제를 동반하는데, 요즘엔 스마트폰이 빠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고 빠르게 해주는 문명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이용하는 사람과, 빠져있는 사람은 구분해야 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초등학교의 어린 아이들부터 청소년들, 심지어 중장년층에도 후자의 사람은 쉽게 관찰됩니다.

 어린 자녀가 그토록 바라는 스마트폰을 사주게 되는 부모의 태도는 어떠할까요? 필요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주는 부모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주는 부모가 존재하는데, 전자의 경우 필요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눈 앞에서 괴로와하고 실망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기가 안타까워 사주게 되거나, 조름이 귀찮아서 사주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의 태도를 이유삼아 사주게 되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경우엔 자녀의 안전, 학습 등을 이유로 들어 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스마트폰을 쓰는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입니다. 우리의 자녀에게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을 감당해 낼 ‘바탕’이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전자의 부모들은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내 자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욕구중심적인 결정방식이 지배하는 사춘기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그 ‘바탕’은 말이나 교육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듭니다. 갓 젖을 뗀 아이에게 마라톤을 시키는 부모가 있을까요?  말이나 교육을 통해서 이 아이에게 마라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육체적 성장이든 내면적 성장이든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지는데는 자연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며, 이것 또한 ‘보편적 원리’의 일부분입니다.

 

 바탕이 준비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맡겨진 물질문명은 필연적으로 정신적 혼돈을 일으키게 됩니다. 아이는 그 사용에 대해 점점 탐닉하게 되고, 그 탐닉이 외부의 의지에 의해 제재당했을 때에는 불안, 초조, 짜증, 분노 등의 감정적 동요와 더불어 폭력적인 행동, 폭언, 역할의 거부 등의 행동화를 보이게 되거나, 두통, 불면, 식이장애, 신체의 변화와 같은 신경증적인 증상들을 보이게 되고,  이런 증상은 어린아이 뿐 만 아니라 미성숙한 성인에게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따라서 '바탕'이 준비되지 않았거나, 성숙되지 않는 경우엔 문명과의 접촉을 최대한 늦추거나, 막는 것만이 해결책입니다. 보다 높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를 도구삼아 자녀의 '바탕'을 성장시켜줄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폰은 단면적인 실생활의 사례이지만, 결국 '나'로 대변되는 자아의 성장이 귀결점입니다. 상담 도중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질문입니다. 이것은 자신 역시 어떤 의지나 사유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나'에 도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의식하지 않고 생활해왔던 부분이라, 더욱 막연하고 고민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 문제나 갈등없이 평생을 지낸다면, 진료실에서 이런 상황이나 고민을 마주할 일이 있을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행복'상태가 위협받는 일이 발생했고,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동기가 되어 치료자와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우선 '어떻게 하려고'하는 그 마음부터 버려야합니다.  상담치료 도중에, 고장난 전자계산기의 예를 자주 드는데 문제를 어렴풋이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자꾸 '어떻게 하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은 고장난 전자계산기와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숫자판을 눌러도 틀린 답만 나오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배터리를 빼서 전원을 꺼야합니다. 그리고 수리의 과정을 거쳐서 재전원을 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돕는 도구의 하나가 '철학적 사유'입니다. 고리타분한 인문서적들에서 이야기하는 그 '철학적 사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렵게 설명된 그 의미들을 소화해 낼 자신이 없습니다. 대신 '자유로운 사고력'은 발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무의미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에 대해서 기꺼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모험'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답을 모른다고,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지금은 그 '모험'을 즐기는 과정이 필요한 순간이니까요. 대신 혼자서만 해서는 안됩니다. 몇 초도 되지 않아 포기하거나 회의감, 허무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독서도 필요하고, 동반자도 필요하며, 멘토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이어가기 위해서 늘 관심을 두어야하는 것이 '철학'에 대한 마인드입니다.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이 모든 관심과 노력은, 자신의 '행복'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상황을 극복하는 훌륭한 도구이며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 줄넘기 1,000번하거나 무작정 마음비우기는 답이 아닙니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해야하는 첫번째는, 자신이 아주 쉽고도 안전한 '모험'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미강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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