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장마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장마의 끝에도 햇살이 있듯, 먼 길을 돌아가도 마주할 수 있는 무엇을 기다릴 수 있겠지요
빗 속에서 오래된 시 한편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얼 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박인환님의 '얼 굴'
邂 逅
가슴으로
봄을 만난 적이 있던가.
오다 말고
돌아서는 목련나무 등 뒤에서
문턱을 지키다
아지랑이 같은 꽃잎을 줏었지
눈시울에 담아두지 않으려도
고이는 빈 하늘
가물가물 떨어지는 것이면
무엇이든 붙잡고 싶어라
한겨울 복판으로
침몰해 가던 사람
끝 닿는 길, 맞은 편에서
우연처럼 만날 수는 없는가
마른 이파리 사이에 묻은 사연을
권할 수만 있다면
꽃샘 바람 십릿길을
티끌인양 날으리
朴貞姬 (박정희)님의 邂逅(해후)
신경정신과 미강(美康)
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