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의 '계노록'이란 저서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
이 책은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고,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교훈들을 담고 있지만 '노인'이란 단어를
'외로운 나'로 바꾸면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말상대를 해주거나, 어디론가 함께 다니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매일 함께 놀아주거나 말동무를 해줄 사람을 늘 곁에 두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가정이 아닌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아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우울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에서 외롭고 우울한 상태의 사람은 자신이 아닌 '타인', 절대적인 능력과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라고, 심지어는 도와야한다고 믿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적인 능력이란,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의도와 기분을 다 알아주고,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내 육체와 정신과 영혼을 즐겁고, 편하게 해주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정신의학에서는 '아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신의학자라도 그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덜 '아프게' 도와서 스스로의 '자력(自力)'을 갖추도록 동반자가 되어주는 역할입니다. 소노 아야코는 '자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으로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스스로가 발견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 40세가 다 되어 배운 도자기 공예가 혹시 잘만 하면 노후의 즐거움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두 명이나 잃은 부인이 도자기 굽는 일에 열심이었다.
- 살아 있는 동안 어느 정도 훌륭한 작품을 구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너무 바빠요 -
이 말을 들은 한 부인이 말했다.
- 저분은 자식을 잃고 나서 흥미의 대상을 도자기 굽는 일로 용케도 참 잘 바꿨네요 -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부인은 인간에 대해 별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을 도자기로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낳은 생명체를 흙 부스러기기로 바꿔놓을 수 있겠는가. 단지 자식을 키우는 것 외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여러 가지 애정도 인간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목표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매순간을 사랑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도 이미 목표를 향해 가고 계시는 분입니다.
한 스승께서는 이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 인간은 자신의 참 생명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태어나고 죽는 것입니다. 유한하고, 상대적인 삶이 아닌, 무한하고, 절대적인 가치에 이르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궁극(窮極)'이라고 합니다. 많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한가지는, '궁극'에 이르러야만 '궁극'인 줄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궁극'에 가고 있는 과정 자체가 바로 '궁극'인 것입니다....
참다운 즐거움을 곁에 두고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강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과
박수경